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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충격'으로 위기 맞은 호주 다문화주의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 따른 정부의 대(對)테러전 확대로 호주의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가 위기에 처했다.

호주 정부는 백호주의(호주의 백인 우선주의)를 폐기한 1970년대 중반 이후 다문화주의를 호주 사회가 추구하는 지향점처럼 내세워왔지만 'IS 사태'로 내부 균열이 표면화되면서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호주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무슬림을 상대로 대테러전을 펴는 것이 아니라 일부 극단주의자가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호주 내 이슬람 사회가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이슬람교도 전체가 대테러전의 대상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IS 등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테러 용의자를 색출하려는 정부의 작전 대상이 사실상 이슬람교도에 집중되면서 호주의 이슬람 사회는 적잖이 동요하는 분위기다. 호주의 이슬람단체 지도자와 조직원 수백 명은 정부의 사상 최대 대테러 작전이 펼쳐진 지난 18일 오후(현지시간) 시드니 서부 이슬람 중심지인 라켐바에서 정부가 안보상황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며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부가 800명이 넘는 경찰과 정보요원을 동원한 대규모 대테러 작전을 통해 용의자를 15명이나 체포했지만 결국 기소한 것은 2명에 불과할 정도로 뚜렷한 혐의점이 없는데도 무리한 단속을 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특히 새벽 시간대에 진행된 당국의 가택 압수수색으로 잠자던 여성과 어린이들이 겁에 질렸다며 정부가 대다수의 무고한 무슬림을 테러분자로 의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호주 레바논 공동체 지도자인 자말 리피 박사는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행동으로 전체 이슬람교도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정부의 대테러 작전으로) 이슬람 혐오증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수적 성향의 일부 호주 정치인들도 자극적 발언으로 반(反) 이슬람 분위기 확산을 부채질하고 있다.

파머연합당(PUP)의 재키 램비 상원의원은 "호주에서 부르카(이슬람 여성 전통 복식)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며 "부르카 착용 문제는 국가안보 이슈이며 이슬람 율법 자체가 테러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조되는 반 이슬람 정서 때문인지 이슬람교도를 겨냥한 크고 작은 증오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이슬람교도가 많이 거주하는 시드니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슬람교 사원에 증오나 욕설이 담긴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린다거나 길가는 이슬람교도 여성들에게 욕설을 퍼붓는 사례도 나타났다고 호주 일간 시드니모닝헤럴드는 보도했다. 한 이슬람교도가 운영하는 상점에는 "테러에는 테러로, 피에는 피로, 폭탄에는 폭탄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섬뜩한 문구가 적힌 협박 서한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런 증오범죄는 시드니 서부의 리버풀이나 블랙타운, 파라마타 등 이슬람교도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반 이슬람 정서를 타고 호주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라고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전했다.

호주에는 약 47만 6천 명(2011년 기준)의 이슬람교도가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호주 전체 인구의 2.2%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이슬람교 특유의 높은 출산율과 전임 노동당 정권의 관대한 난민정책 덕에 최근 수년간 수가 급속히 증가했다. 문제는 이들이 기독교 중심인 호주 주류사회와 쉽게 섞이지 못할 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차별 등의 영향으로 번듯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사회 불만세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최근 IS 등의 극단주의 세력에 가담한 중동계 호주인들도 호주 사회에 살면서 받았던 각종 차별대우 등이 계기가 돼 극단주의에 빠져든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가 속한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정부에서 다문화 정책을 담당하는 지역사회관계위원회(CRC)의 홍경일 변호사는 "IS 때문에 다문화국가인 호주에서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며 "정부와 이슬람사회가 서로 협력해 지혜롭게 문제를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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