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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기대만빵 첫 우프(wwoof)


켈리빌(Kellyvill)에서의 첫 우프

12월 하순의 어느 일요일. 날씨는 무척이나 무더웠다. 호주의 노선체계에 익숙지 못한 나로서는 전철을 타고 첫 우프로 가는 길은 한국에서 호주 땅을 밟기까지 만큼이나 더디게 느껴졌다.한국의 지하철과 다른 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2층으로 되어있는 모습과 다소 오래되어 보이는좌석들 정도…?

▲재미있는 이정표
1시간여 만에 결국 물어물어 스코필드(Schofield)라는 역에 도착하곤 호스트의 픽업을 받기로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았다. 전날 파티가 있었다더니, 아직까지 자고 있는 게 아닌지의심이 생겼다. 

▲우프 첫날 기념사진 (ㅎㅎ)
결국 한참 후 나를 데리러 온 친구는 우퍼 중 하나인 제이콥이란 미국인이었는데, 나이가 나보다 10살 가까이나 어린 친구였다. 

쩝~ 어떤 데인지 안 가 봐도 뻔할 거란 생각이 찾아들었다.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여행 중이라는데, 차를 얼마나 심하게 몰아대는지 살살 가자고 몇 번이나 부탁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거기다가 맨발로…. 알고 보니, 호스트 집까지거리가 꽤 멀었다. 역시 호주 땅덩이는 참 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 호스트를 비롯해서 그의 친구들, 다른 우퍼들이 함께 한참 늦은 점심을 먹고있었다. 그들이 처음 대접해준 음식은 파스타였다. 

나도 점심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으나 반 정도 먹고는 입맛이 맞지 않아 남겼다. (하지만 파스타가 호주에서 내가 가장 선호하는 음식 중하나가 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들과 통성명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호스트인 로완과 그의 친구 스티브, 그리스계 루씨를 제외한 나머지가 다 우퍼였다.

이곳은 우퍼를 10명까지 받을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었는데, 나를 태워온 미국인 제이콥과 주로 요리사를 자처하는 이스라엘 친구 에레즈를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친구 슈테판과 스페인 여자(역시 -_-;), 호주 친구인 헤더, 그리고 나중에 도착한 독일인 크리스티나
▲바로그 유명한 alternative house 다.. ^^ㅎㅎ
과 쏘냐, 덴마크인 타냐와 씨너, 일본인 마나미, 그리고 한국인 마틸다, 그 외에도 기억에 벅찰 만큼 잠깐씩 스쳐간 우퍼들도 상당히 많았다. 

첫날부터 대충 감을 잡았지만, 여기서 하는 일은 특별히 없었다. 이곳에는 피라미드룸, 이글루, 트라이앵글 룸, 제단, 전망대, 하니 스윗, 나이트 클럽, 인사이드/아웃사이드 룸 등 특이한 이름의 간이건물(Alternative house라 일컬어짐)들이 있었는데, 우퍼들은 이 집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것을 주된 임무로 하였다.

일어나는 시각도 제각각이었고, 아침은 알아서 때우고, 점심은 같이 모여 먹고 저녁도그렇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은 모두 개인 시간이었고, 설거지와 부엌을 쓸고 닦는일이 그나마 제일 귀찮은 일이었다. 

다국적 외국인 우퍼들 모이면 왕 수다


▲침실 안~
우리가 일과 중 주로 한 일은 아침 먹고 얘기, 점심 먹고 얘기, 저녁 먹고 얘기한 일이다. 어찌나 얘기하는 걸 좋아하고 할 얘기꺼리가 그렇게도 많은 지, 특히 저녁식사를먹은 후엔 새벽 2시가 넘도록 얘기꽃을 피우기도 했다. 

알코올이 들어가지않아도 그들은 얼마든지 도수 높은 이야기꽃을 피워 냈다. 

그리고 물론 그들이 나누는 말은 분명히 ‘영어’였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때 내가 할 수 있는일은 그저 열심히 들어주는 일뿐이었다. 너무도 들리질 않았다. ‘호주영어’가 이렇게 ‘미국영어’와 달랐던 건가?

하지만 그들과 비디오로 브래드 피트가 주연했던 ‘조 블랙의 사랑(Meet Joe Black)’ 등의 영화를 함께 보면서, 나의 아쉬운 영어실력을 깨닫게 되었다. 본토박이 생활영어라는 벽을 피부로직접 처절히 느끼게 된
▲대화의 꽃을 피웠던 부엌
거랄까? 

그래도 부족한 영어실력으로나마 이렇게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있었던 건 이곳 우프에서의 작지 않은 묘미였다. (하지만 이곳에서의 굴욕은 조금은 먼훗날 동양으로썬 나처럼 영어를 능숙히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는 말까지 듣게 만드는데… ^_^)

그러던 중 크리스마스는 다가오고 있었다. 
(다음주에 계속..)

-서용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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